2011년 3월 29일 화요일

Morning Glory

'Morning Glory', 우리나라에서는 '굿모닝 에브리원'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영화이다. 레이첼 맥아담스와 해리슨 포드가 출연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그녀 특유의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밝고 긍정적인 그녀의 캐릭터가 더 없이 빛난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닌가 한다.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에서 나름대로 연기 변신을 이루었다. 진지하고 멋진 역할들을 맡아온 그가 이번에는 심술쟁이 노인네로 출연해서 웃음을 준다. 

베키(레이첼 맥아담스)는 방송국 PD다. 뉴저지에서 잘린 그녀가 일자리를 찾던 중 뉴욕 IBS 방송국에서 일할 것을 제의받는다. 프로그램 이름은 'Day Break'. 그녀는 강한 의욕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맡지만 사실은 윗선에서 정리할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그녀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그녀는 첫날 방송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앵커를 해고하고 왕년에 최고의 앵커였던 마이크 포메로이를 캐스팅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포메로이는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일을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베키가 일을 맡은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IBS 쪽에서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니 6주 후에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베키는 프로그램 컨셉을 바꾸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IBS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던 중 통보받은 마지막 주에 포메로이의 아이디어와 인맥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IBS 쪽에서도 어느 정도 만족함을 표현하고, 동시에 베키에게 NBC의 유명한 프로그램인 '투나잇쇼' 섭외 전화가 왔다고 전해준다. 

베키는 NBC PD 자리에 갈지 고민하지만 그동안 'Day Break'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깊었기 때문에 거절한다. 무엇보다 포메로이가 잘 협조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포메로이는 여전히 전과 같이 행동하고 베카는 NBC로 발길을 향한다. NBC 직원들과 'Day Break'를 시청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던 중에 포메로이가 갑자기 전에 하지 않던 유머러스한 컨셉의 방송을 한다. 베카는 포메로이의 변화에 감동을 받고 다시 'Day Break'로 돌아온다. 

드라마와 코미디의 요소가 적절히 조화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베키의 활발한 캐릭터는 사랑스러웠고 해리슨 포드의 연기 변신도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봐야 하는 영화임에도 나는 베키의 일하는 모습에 너무나 감명 받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 프로는 저렇게 일하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키의 일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열정, 도전적인 마음가짐에 반해버렸다. 여자로서가 아니라 프로의 모습으로. 내가 꿈꾸던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일을 할 때 상당히 의욕적이고 그를 표현하는 스타일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서 나만 뻘쭘해진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면 그런 표현을 삼가하고, 나의 의욕도 꺾이곤 했다. 영화를 보니 나의 스타일이 힘을 얻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특별한 사람일 수도 있다.'라는. 

웃으면서 보는 영화가 나를 위로해준 것이 또 우습다. 하지만 이 또한 영화의 힘이 아니겠는가. 한 동안 영화를 안 보다가 요즘 영화를 몰아서 보고 있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자주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영화는 감상하도록 해야겠다. 

2011년 3월 28일 월요일

일급살인

1995년작 '일급살인'을 이제서야 보았다. 1995년에는 내가 어려서 이런 영화를 볼 정도의 수준은 안 됐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제서야 이런 영화를 보게 된 것을 위로한다ㅠ 인권, 법률 영화라고 장르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정의'와 '법 질서'의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한동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아직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않은 사회이고, 그래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를 갈구하는 상황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정의란 사람들의 개인적 격차를 떠나서 평균적으로 자신이 행동한 것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위한 최소한의 기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정의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본다. 계속 생각해보면 더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영화는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에 대한 이야기다. 범죄자도 인권이 있고,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처벌이 과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17살의 헨리 영은 생계가 어려워 여동생을 위해 5달러를 훔치다 앨카트래스 감옥에 수감된다. 앨카트래스는 흉악범들을 위해 만든 감옥이고 국가에서 간수를 많이 배정하는 등, 많은 재원을 투입한 감옥인데 흉악범들이 모자라자 그 관리비용을 의미 있게 만들려고 일반 범죄자들도 수감한다. 헨리는 경범죄로 수감되지만 수감자들과 탈옥을 시도하다 잡혀서 3년 동안 독방에서 고문을 받는다. 독방에서 풀려난 후에 식당에서 헨리를 밀고한 동료를 죽이고 일급살인 재판에 회부된다.

제임스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첫 사건을 맞게 되는데 헨리의 일급살인 변호이다. 헨리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알게 된 제임스는 앨카트래스 감옥에 살인의 책임을 묻게 된다. 제임스의 노력으로 헨리는 살인의 의도가 미비한(?) 살인죄를 적용 받아서 3년 이하의 형을 받게 되지만 앨카트래스에서 자살한다. 그 후에 헨리를 고문한 부소장 글렌은 유죄판결을 받게 되고 앨카트래스는 패쇄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범죄는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데 찬성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처벌이 약하면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사회의 책임 역시 염두에 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특별히, 극단적으로 처벌이 과다한 경우여서 영화를 보는 내내 헨리에게 내려진 처사가 부당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처벌은 엄격해야 하지만 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범죄의 형량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2011년 3월 27일 일요일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에 황정민, 류승범 주연의 부당거래를 보았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킨 것 같아서 보고 난 후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배우들 실명으로 줄거리를 서술한다. 형사인 황정민은 경찰대 출신이 아닌 이유로 번번히 진급에서 탈락한다. 검사인 류승범은 재벌 스폰서에게 뇌물들을 받아가며 호위호식하며 살고 있다.

아동 연쇄살인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졌고 대통령까지 경찰서에 출두하는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 경찰이 증거가 확실치 않은 용의자를 총으로 쏴 죽이게 되고 그 때문에 경찰에게 범인 검거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황정민의 상사인 천호진은 배우(가짜 범인)를 써서 사건을 덮는 것을 황정민에게 제안하고 황정민은 이를 받아들인다. 비경찰대 출신인 황정민에게 진급을 보장해주는 것을 대가로.

A그룹과 B그룹은 C빌딩의 공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그러던 중 황정민이 A그룹의 회장을 체포하고 담당 검사인 류승범은 이를 무마시킨다. A그룹의 회장은 황정민을 처리해 달라고 류승범에게 부탁하고 류승범은 황정민의 뒷조사를 진행한다.

B그룹의 회장(유해진)은 황정민이 택한 사람을 배우로 쓸 수 있게 협박을 해서 결국 배우는 체포되고 황정민의 위상은 높아진다. 류승범은 조사 중에 황정민과 유해진의 통화 내역을 확보하고 황정민을 찔러 보지만 황정민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A그룹의 회장과 류승범의 밀회 증거를 갖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류승범은 범인이 배우라는 것을 눈치채고 더 깊이 수사한다. 그러던 중 배우는 자살하게 된다. 류승범은 이제 직접적으로 황정민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황정민의 동료들과 가족들을 소환해서 조사한다. 그러자 황정민은 류승범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두 사람은 좋게 합의한다.

유해진은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황정민을 압박하는 전화를 한다. 황정민은 유해진의 부하와 짜고 유해진을 죽이는데 성공하지만, 아직 황정민과 유해진의 비밀 이야기 자료를 부하가 갖고 있다. 이제 완전히 끝내고 싶어진 황정민은 부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 때 황정민의 경찰 동료가 나타나서 황정민을 말린다. 그 과정에서 황정민은 실수로 경찰 동료를 죽게 만들고 황정민은 경찰 동료와 건설 회사 사장의 비리로 사건을 위조한다.

황정민의 동료 장례식과 황정민의 진급식이 같은 날에 있었는데 황정민은 진급식에 간다. 황정민의 동료들은 동료의 사건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결국 진실을 알게 되고, 황정민과 류승범의 비리를 확보한다. 그들은 황정민은 죽이고 류승범의 비리 증거는 언론에 뿌리게 된다. 하지만 류승범은 어렵지 않게 비리에서 벗어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것이 전체 줄거리인데 우리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성격이 강한 영화였다. 거만하고 잘난 척 하며 죄를 지어도 쉽게 풀려나는 기득권층과 혜택을 받지 못하다 부당한 거래의 유혹에 빠져 기득권층으로 가려 하지만 실패하는 비기득권층. 전체적인 컨셉은 이러한데 배우들이 배역을 잘 소화한 것 같다. 재미있었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직하고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3월 26일 토요일

The King's Speech

킹스 스피치를 보았다. 어릴 적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던 조지 6세가 한 언어 치료사의 도움으로 연설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중요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모든 컴플렉스는 고치거나 해소할 수 있다. 컴플렉스는 자아 이미지를 훼손시켜서 건강한 자아 이미지를 갖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생각과 믿음, 그리고 행동을 변화시키면 컴플렉스는 더 이상 컴플렉스가 아니다.

둘째, 배움도, 일도 인간 관계에서 시작한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좋은 결과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인간 관계에서 '신뢰'가 일의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의견 충돌, 오해들도 신뢰가 있으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인간 관계는 비즈니스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적인 인간 관계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본질은 동일할 것이다.

버티와 라이널의 우정이 감동으로 다가온 영화, 킹스 스피치. 기분 좋은 영화였다.

2011년 3월 24일 목요일

3 Days

가족애의 힘은 대단하다. <3 Days>라는 영화를 보고 느낀 소감이다. 

존(러셀 크로우)의 아내 라라는 상사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된다. 존은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아내의 누명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탈옥 전문가를 찾아가서 탈옥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존은 본격적인 탈옥 계획을 세운다. 라라가 수감한 지 3년이 다 된 시점에 다른 교도소로의 이송이 결정되는데 라라와 존은 이송 3일 전에 그 이야기를 듣는다. 존은 결단을 하고 아내를 탈옥시키는 데 성공한다.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지만 라라가 법의 피해자임을 감안할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존은 진정한 '아버지'가 무엇인지 진정한 '남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자상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가장, 내게 감동을 준 부분이었다. 특히 "I promise."라는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러셀 크로우의 눈빛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리더쉽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 <3 Days>는 '가정의 리더쉽'이 무엇인지 내게 알려준 영화이다. 존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나도 그런 가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 promise.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박재정, 윤소이 주연의 <우리 만난 적 있나요>를 보았다. 오랜만의 멜로 영화라서 그런지, 집중해서 인물들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외로워서 그런가.

줄거리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경상북도 안동에 사는 한 여자가 있었다. 심장이 약한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자주 쓰러지곤 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그녀를 키웠고, 아버지는 몸 상태 때문에 딸을 항상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다. 지방에 사는 일반적인 여고생들처럼 그녀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했는데, 그녀가 꼭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우연히 어떤 남자를 만나고 나서이다. 

고등학교 때 잠시 서울에 있는 작은 아버지 댁에 가 있던 그녀는 사촌 오빠가 아는 학교 동생을 만나게 된다. 그 오빠에게 반한 그녀는 같은 학교에 가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그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에게 마음을 고백하지는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보던 중 몸 상태가 나빠져서 결국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 속에 그는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는 용기를 내 사촌오빠에게 가서 그를 안동으로 이끌 만한 제안을 하고, 때마침 그는 직장을 구하고 있던 터라 안동으로 내려오게 된다. 

안동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그는 그녀를 어디에서 본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그를 원래부터 모르는 척을 하면서 그의 곁에서 맴돌고, 그가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 온 그 날 그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다 쓰러진다. 그는 안동에 도착해서 그녀를 찾다가 우연히 그녀의 방에서 지금까지 그녀가 써 놓은 일기를 발견한다. 그는 그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이웃집으로 향하고, 이웃집 아저씨가 그녀가 쓰러져서 서울로 후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를 찾으러 가는 도중에,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이것이 표면적인 이야기이고, 그 속에 들어가면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와 그 둘은 처음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무슨 말이냐면, 전생을 함께 보냈다는 것인데 전생에 부부였던 둘은 이번 생애에서도 서로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 때문에 그 둘은 서로에게 만난적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조선시대 컨셉이 유치하게 느껴질만한데도 영화의 배경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가 그런 유치함을 상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안동의 아름다운 배경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같이 바쁜 시대를 살다 보니 인물들의 여유 있고 운치 있는 삶이 너무 부러웠다. 실제로 그렇게 살라고 하면 일주일도 못 버티겠지만.